작년에 어머니께서 옥상 계단에서 넘어지셔서 크게 다치셨습니다. 이후에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생겼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알아두어야 하는 질병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특히 손이나 발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 경험을 토대로 말씀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옥상에서 넘어지심 그리고 본격적인 병의 원인 찾기
처음에는 손이 불편해지셨는데 약 3년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엄지 손가락에 점점 힘이 없어지면서 젓가락질도 힘들어지고 병뚜껑 등을 따는 일이 힘들어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은 없었습니다.
처음에 손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열심이 검색을 하고 선택한 것은 바로 "근전도 검사"였습니다. 대학병원을 가기 전에 예약이 손쉬운 부산의 중형 병원을 예약하고 방문한 것이 2019년도 여름이었죠.
예약을 하고 날짜에 맞춰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서 근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신경과 의사는 신경은 문제가 없으니까 정형외과에 연결을 해줄 테니 진료를 받아보라며 해당 병원 정형외과를 바로 연결해 주었습니다. 해서 바로 정형외과 상담을 들어가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그냥 퇴행성 질환이니까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답답한 마음에 그럼 약이라도 좀 지어 달라고 하니까 의사는 아주 퉁명스럽게 약 처방이 필요 없다면서 그러면 엑스레이라도 찍어보시든지....라고 합니다.
불친절한 태도에 박차도 나오고 싶었지만 어렵게 시간을 낸지라 그럼 엑스레이라도 찍어보자는 말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잠시 뒤에 검사를 하고 다시 상담을 하는데 엄청 귀찮은 표정으로 이상 없으니까 그냥 돌아가시라고 합니다.
속으로 "돌팔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다시 생각해보면 돌팔이를 넘어서서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병원의 신경과 의사나 정형외과 의사 모두 자격이 없어 보였습니다. 부산의 한 중형 병원이었는데(나름 이름은 있음) 이런 사람들이 의사라고 앉아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적어도 의사라면.... 육안으로 봐도 아주 큰 이상이 있어 보이는 어머니의 손을 보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대학병원을 가보라고 하던가.... 아니면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도 있어서 마음이라도 달래주던가..... 실력도 없고 자질도 없는 의사들에 화가 납니다. 죄송합니다. 제 불편한 마음이 주제와 상관없이 나왔네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의사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사건은 2020년 초여름에 시작됩니다.
■ 옥상에서 넘어지심 그리고 응급실
2층 옥상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계시다가 저녁 찬거리를 가지고 내려오시는 길에 그만 계단에서 넘어지셔서 이마를 다쳤는데 당시에 피가 엄청났습니다. 급하게 119를 불러서 한 대학병원에서 CT를 촬영하고 응급처치를 받은 후 집에 돌아왔는데 그때 저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강원도에서 어머님을 뵈러 내려왔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입원을 하셨어야 했는데 이마를 다친 것 외에는 큰 증상이 없어서 그냥 돌려보냈나 봅니다. 넘어지신 후유증으로 얼굴 전체에 시커먼 멍이 들었고 약 1달 정도를 어지럼증을 호소하시면서 가족의 돌봄을 받게 되는데.... 형제가 돌아가면서 병간호를 했습니다. 요양병원에 잠시 모시려고 했지만 워낙 싫어하셔서 형제들이 간호를 해서 다행히 안정이 되었지만.. 이때부터 말이 좀 더 어눌해진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명절에만 찾아뵙는 불효자라서 손이 불편한 것은 알았지만 말이 어눌하다는 느낌은 잘 못 받았는데 사고 이후에는 확연하게 말이 어눌해지셨습니다. 해서 몸이 조금 좋아지고 바로 대학병원에 MRI 검사를 신청했습니다.
저는 사실 뇌졸중 등의 증상이 있어서 의심을 하고 부산에서 관련 질병에 가장 유명한 교수님을 찾아서 상담을 받았던 것이었습니다.
■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첫 번째 의심은 뇌졸중(중풍)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졸중"은 잘못된 표현이고 "뇌졸중"이 맞는 표현입니다. 검색을 해서 증상을 찾아보면 어머니의 증상과 거의 일치합니다.
※뇌졸중 증상(중풍)
두통, 발음 이상, 삼키기 곤란(사실 그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어지러움, 운동장애
이 외에도 반신마비(대표적인 뇌졸중 증상이죠), 복시, 시야장애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혈관이 막힘으로써 혈관에 의해 혈액을 공급받던 뇌의 일부가 손상이 되는 것인데 이것을 뇌경색이라고 하고 또 한 가지는 뇌혈관이 터져서 뇌 안에 피가 고여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는 뇌출혈 또는 출혈성 뇌졸중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고혈압이 있어서 뇌졸중을 의심하고 MRI를 촬영했지만 결과는 이상무. 그래서 선생님께 그럼 손이 이런 것은 왜 그럴까요(당시 선생님은 어머니의 발음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라고 물었더니 이 것과 관련해서 같은 신경과에 oo교수님이 잘 알고 있으니까 상담을 받아보시라고 했습니다.
이때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증상을 보고 다른 질병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분은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중하셨고 또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를 찾아서 소개를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분은 뇌졸중에 전문인 분이셨습니다. 저는 증상을 보고 뇌졸중인 강하게 의심이 되어 이분을 찾았는데 MRI 소견은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게 소개받은 교수님은 "말초신경병 및 근육질환"이 진료 분야인 분
홈페이지에서 소개받은 교수님의 프로필을 보니...."말초신경병 및 근육질환"이라고 되어있었습니다. 예약을 하고 다음에 상담을 받았는데 처음 어머니를 보자마자 발음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셨고 손을 확인하셨고 이후에 삼킴에 어려움이 없는지를 물어보셨는데 당시 제가 병간호를 위해서 몇 주를 함께 있었는데 어머니가 특히 물을 마실 때 사래가 자주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때 선생님이 본인이 의심이 되는 질병이 있는데 우선 근전도 검사를 통해서 정확하게 확인을 해보겠다고 하십니다.
그동안 어머니의 병명을 몰라서 답답하던 차에..... 말을 하지 않아도 어머니의 말이 어눌함과 삼킴 장애를 아셨다는 것에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옥상에서 넘어지시기 전에 20년 초부터 말이 약간 어눌하다는 말을 여기 저기서 들었는데 어머니는 틀니가 맞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하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던 순간이 생각나서 무심했던 저를 질책했습니다.
아프시기 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질걸.... 멀리 산다는 핑계로 명절에만 인사드렸던 불효를 지금도 크게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 근전도 검사 결과 어머니의 병명은 운동신경세포병
검사를 받고 선생님을 만났는데 선생님은 본인이 예상한 대로 "운동신경세포병"이 맞다고 하시면서 조심스럽게 저에게만 치료는 안 되는 병이고 재활의학과와 협진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대처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병에 한 줄기가 우리가 잘 아는 루게릭 병이고 서서히 근육이 경직되고 목 넘김이 불편해지면서 종국에는 숨을 쉬기 어렵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현재 원인도 모르는 병이고 치료도 안 되는 병이라서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등록을 해 주셨습니다. 등록을 하면 치료비는 5%만 본인 부담이 되기 때문에 최소한 비용적인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위로를 해주시면서 다음 약속을 잡으셨습니다.
이 분은 병명도 정확하게 확인해 주셨고, 의사로서 환자의 마음을 살피는 일까지 잘해주셨기 때문에 이런 분이 참 의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살피는 일은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참 의사였습니다.
덕분에....
어머니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에 대한 해답을 찾아서 궁금해하는 다른 친척들의 답답합도 해결할 수 있었고 (모두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가입한 요양보험(장기요양등급 1~4등급이면 보험금 지급)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보험금을 수령하는 날 어머니가 기분 좋아하셨는데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운동신경세포병에 대해서는 아래에 연결해드린 글을 참고해 보시면 됩니다.
그럼 잠깐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원인을 찾으려면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은 대부분 뇌졸중의 영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손이나 발에 근육이 위축되면서 불편해지는 증상 등 뇌졸중이 아닌 경우 "운동신경세포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대학병원에 "신경과"를 예약해야 합니다. 응급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가까운 신경과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대학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 있는 의사를 찾는 것인데.... 그것은 가까운 지역에 있는 병원 중에서 검색을 최대한 열심히 해서 찾으셔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질병인 "뇌졸중" 관련 전문의를 찾으시고 MRI 등의 검사를 해야만 결과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담만으로는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MRI 등 검사를 해야 합니다. MRI는 뇌만 촬영해서 약 60만 원 이하의 비용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병원마다 검사항목에 따라서 비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검사를 해서 뇌졸중이 아닌 경우 말초신경병이나 근육질환을 전문적으로 보시는 선생님을 찾아서 진료를 받으셔야 하는데 검색을 하시면 전문의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서울의 대형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아보셔야 하는데....쉽지는 않겠지만 분명 그 병을 찾을 수 있는 의사를 찾을 수 있을겁니다.
최대한 빨리 찾아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재활의학과에서 상담을 하고 온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왜 빨리 찾아서 대응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재활의학과 협진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가입한 보험은 우체국의 요양보험이었는데 내용은 장기요양등급 1~4등급 판정 시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동안 장기요양 판정을 위해서 신청을 하고 심사하는 분들이 집에 와서 어머니를 보고 갔는데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했습니다. 해서 가까운 동네 병원 몇 곳을 확인해 봤는데 자신들은 병명을 모르기 때문에 소견서를 써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보험 신청을 못하고 있다가 마침 어머니의 병명을 아시는 교수님을 만나서 그분이 희귀 난치병 등록도 해주시고(비용이 많이 절감되었습니다) 장기요양 소견서도 써주시고 이번에 진단서도 써주셨습니다.
며칠 전에 고향에 내려가서 진단서를 받아서 우체국에 접수를 했는데 3일 만에 보험금이 입금이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그 날 재활의학과 협진이 예약이 되어 있어서 먼저 다녀왔는데 그곳의 교수님과 상담을 하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여러 가지 확인을 하시면서 팔을 어깨 위로 들어보라고 하는데 어머니까 팔을 목 위로 올리지 못하셨습니다. 그동안 그럴 일이 없어서 확인을 못했는데 선생님이 집에서 매일 관절이 굳지 않도록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운동을 해주라고 하셨습니다(직접 보이시면서) 안 그러면 어깨 관절이 굳어서 통증이 심해지는데 일단 통증이 시작되면 나아지지는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왜 신경과 교수님이 재활의학과로 연결을 해 주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치료는 어렵지만 앞으로 일어나는 어려움을 최소화해서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진료에는 목 삼킴과 관련해서 검사가 예정이 되어 있습니다. 목 삼킴이 불편해지면 음식이나 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서 폐렴 등의 합병증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하고 대응방법을 이야기해주신다고 합니다.
비록 치료가 안 되는 희귀 난치병에 걸리셨지만 남은 생애라도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사시다가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매일 전화를 하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점점 말이 어눌해지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최대한 열심히 전화하고 최대한 자주 찾아뵈려고 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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